이 글은 매쉬업벤처스 이승국 그로스파트너가 디캠프 그룹 오피스아워에서 발표한'타겟 오디언스에 기반한 프로덕트 성장 전략'의 일부 내용을 재구성하여 만들었습니다. 이승국 그로스파트너는 넥슨 게임 개발자로 첫 커리어를 시작해 한국에서 초기 스타트업을 시리즈 B 규모까지 성장시킨 경험 및 글로벌 매각 경험 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프로덕트 개발시 자주 하는 실수와 타겟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방법에 대해서 얘기해보겠습니다.
프로덕트 개발에서 뛰어난 기능보다 더 중요한 것
아무리 뛰어난 프로덕트라도 고객이 원하는 가치와 연결되지 않는다면 고객이 찾지 않을 것입니다. 프로덕트가 결국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Go to Market) 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가장 중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10년 동안 두 스타트업의 CPO로 근무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기업과의 M&A를 통해 엑싯한 파이브잭(Five Jack)의 제품 개발을 주도했고 이후 퍼블리(Publy)에 합류해 개발자 커뮤니티 서비스인 ‘커리어리’와 채용 솔루션 ‘위하이어’ 프로덕트를 성공적으로 출시했습니다. 스타트업이 신규 서비스를 런칭하는 0 to 1 단계에서 타겟을 이해하는 과정은 필수적입니다. 그래야 프로덕트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어요.
중요한 것은 솔루션이 아니라 고객 가치
프로덕트를 개발하다보면 고객을 위한 솔루션이 아니라 기능을 위한 솔루션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도네시아 스타트업 파이브잭에서 리드했던 ‘아이템쿠(itemku)’ 사례를 통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아이템쿠는 온라인 바우처와 게임 아이템 등을 거래할 수 있는 오픈 마켓 서비스입니다. 처음 아이템쿠를 개발할 때는 수개월을 투자해 검색, 장바구니, 셀러 대시보드 등 오픈 마켓에 있을만한 기능들은 모두 개발했어요. 거래할 수 있는 게임 종류도 다양했죠. 마케팅까지 공격적으로 했지만 월 거래 금액은 말 그대로 제로(0), 아무런 고객 반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저는 아이템쿠가 실패한 원인이 고객 가치를 구체적으로 설정하지 않은 채 기능을 채우는 식으로 프로덕트를 개발했던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게임 종류와 기능은 다양했지만, 고객이 원하는 상품이 아이템쿠에 있을 확률은 낮았어요. 그래서 아이템쿠를 다시 개발할 때는 방법을 바꿔서 당시 가장 인기가 많았던 ‘드래곤네스트’라는 게임 하나만 선정하고 기존 게임 커뮤니티에 올라온 셀러들의 글을 수동으로 모아서 거래 가능한 상품을 많이 채우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고객이 아이템쿠에 들어왔을 때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웹페이지도 단순하게 재구성했죠. 그 결과, 별도의 광고 없이 100명 이상의 사용자들이 유입되었고, 유입된 사용자들이 남긴 피드백으로 프로덕트를 보완하며 성장시킬 수 있었답니다.
구체적인 타겟을 설정하세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타겟을 구체적으로 정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타겟을 정해야 하는 것은 모두들 잘 알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단순히 ‘우리의 솔루션이 필요한 모든 사람’으로 정합니다. 위에서 소개한 아이템쿠 사례의 경우, 타겟을 ‘게임 아이템을 거래하고 싶은 사람’으로 정해버리면 고객이 누구인지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솔루션이 필요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구체적으로 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아이템쿠의 경우 ‘자카르타 서부 PC방에서 드래곤네스트를 플레이하는 1020’으로 구체적인 초기 타겟을 정의했어요.
고객 중심의 프로덕트를 고민할 때 필요한 추상적 사고 2가지
이렇게 타겟이 아닌 기능에 매몰되는 실수가 발생하는 이유는 장기적 사고와 인지적 공감, 이 두 가지 추상적 사고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추상적 사고라고 하니 어려울 것 같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현재보다는 미래, 나보다는 타인에 대해 생각해 보는겁니다.
- 장기적 사고: 쉬운 시장으로 진입해서 단계적으로 성장하기
시작 단계에서는 쉬운 시장을 목표로 하고 점차 성장하는 계획을 짜는 것이 좋습니다. 목표 시장에 도달하는 일이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현재 크게 성장한 많은 기업들도 처음에는 작은 시장에서 시작했어요. 쿠팡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만든 소셜 커머스로, 당근마켓은 판교 직장인을 대상으로 만든 중고 거래 서비스로 시작했죠. B2B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대기업 고객을 타겟으로 하기보다, 스타트업을 먼저 공략해 볼 수 있어요. 피그마(Figma), 리툴(Retool), 구스토(Gusto) 등 글로벌 B2B 기업도 스타트업을 타겟으로 시작해서 성공한 사례입니다.
- 인지적 공감: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인지적 공감이란 상대방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생각하는 것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공감은 정서적 공감으로써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을 똑같이 느끼는 감정적 반응을 뜻한다면, 인지적 공감은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 논리적이고 해석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 있죠.
많은 프로덕트의 사례를 보면 창업자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경우는 창업자 자신이 초기 타겟이기 때문에 타겟의 입장에 쉽게 공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타겟으로 확장하는 단계가 되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해야 해요. 이때 필요한 것이 인지적 공감입니다. 내가 아닌 타겟의 입장에 서서 어떤 상황에서 무엇이 불편한지, 왜 불편한지, 어떻게 해결이 가능한지 생각해 보는 거죠.
한편, 두 가지의 추상적 사고 방식 모두 결국에는 구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모든 구성원들이 프로덕트의 타겟과 개발 방향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추상적으로 사고한 내용은 숫자나 데이터로 확인해 보거나 사용자 인터뷰를 통해 깊게 알아보는 활동으로 구체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타겟을 제대로 이해하는 법: 사용자 인터뷰
타겟 오디언스를 정했다면 타겟을 이해하는 단계로 넘어가겠습니다. 앞서 타겟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려면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 즉 인지적 공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그래서 이 단계에서는 사용자 리서치를 많이 활용합니다. 사용자 리서치 방법 중 가장 좋은 방법은 ‘관찰’이에요. 하지만 관찰은 오랜 시간이 필요할뿐더러 관찰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인터뷰를 추천해요.
제대로 된 답을 얻기 위한 인터뷰 노하우
연구 질문과 인터뷰 질문을 구분해서 고민해 보세요.
알고 싶은 것을 인터뷰로 물어본다고 해서 늘 제대로 된 답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인터뷰를 할 때는 리서치를 통해 알고 싶은 질문(연구 질문)과 알고 싶은 질문에 대한 답을 이끌어낼 질문(인터뷰 질문)을 나눠서 고민하는 것이 중요해요.
인터뷰이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는 개방형 질문이 좋아요.
인터뷰 질문을 인터뷰이의 과거 행동을 파악할 수 있는 개방형(Open Ended Question) 질문으로 구성해 보세요. 개방형 질문으로 인터뷰를 구성하게 되면 질문자가 원하는 답변이 나오도록 하는 유도 질문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말보다 행동이 인터뷰이의 솔직한 의도와 목적을 파악하는데 더 좋고,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인터뷰 노하우 적용 예시
그 사례로 인도네시아 청소 서비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던 경험을 얘기해보겠습니다. ‘사람들은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때 신뢰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할까?’에 대한 답을 알고 싶었죠. 이것이 바로 연구 질문입니다. 하지만, 이 질문을 그대로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당연히 신뢰가 중요하다고 답할 거예요. 따라서 이를 직접적으로 묻기보다는 ‘인터뷰 질문’과 ‘개방형 질문’을 활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가사 도우미를 어떻게 고용했는지, 해당 방법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를 물어보는 거죠. 인터뷰이가 친척 소개를 통해 가사도우미를 고용했고 그 이유가 '가까운 지인이 소개한 사람이라 믿을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면 우리는 인터뷰이가 신뢰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어요.
타겟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구체화 항목 7가지
타겟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타겟을 구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한데요. 타겟을 구체화하기 위한 7가지 항목을 제안합니다.
① 심리/성격/동기/믿음: 타겟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심리적, 성격적 요인.
② 인구통계학적 정보: 연령, 수입, 성별, 직업, 교육, 가족 규모와 같은 사회경제적인 요인
③ 문제와 기회: 타겟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와 사업적으로 기회가 될 만한 상황.
④ 채널과 입소문: 타겟이 자주 보는 채널,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이 있는지, 또는 어떤 사람에게 영향을 잘 받는지
⑤ 행동 특성: 타겟이 자주 하는 행동적 특성
⑥ 솔루션과 사용빈도: 우리의 프로덕트가 제공하는 솔루션과 사용하는 빈도, 새로운 솔루션을 제공하면 타겟이 만족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가설
⑦ 저항과 경쟁 서비스: 우리의 솔루션을 쓰지 않는 이유, 타겟이 고려하는 경쟁 서비스 여부
위 7가지 항목을 앞서 소개한 인도네시아 가사도우미 서비스 사례에 대입해 보겠습니다. 서비스의 타겟은 자카르타에 거주하며 5세 이하의 아이를 1명 이상 돌보는 맞벌이 3040 여성(②번 항목)이면서 커리어와 가족 모두 중요한, 아이의 성장 환경에 관심을 두고(①번 항목)있습니다. 타겟이 겪고 있는 문제는 가사도우미의 근태와 높은 가격이었는데요(③번 항목). 현재 2주에 한 번씩 대청소할 때마다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사용하지만(⑥번 항목), 더 자주 사용하기에는 금액이 부담스럽고 경쟁 서비스의 할인 이벤트가 매력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⑦번 항목). 이 여성은 유용한 살림 방법이나 아이 교육정보를 얻기 위해 워킹맘 커뮤니티를 살펴보고 활동도 활발하게 해요(④,⑤번 항목).
타겟이 훨씬 생생하게 그려지시나요? 이렇게 타겟을 구체화하면 타겟의 성향이나 세부적인 니즈를 활용해서 효과적으로 타겟에 닿을 수 있는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금액을 부담스러워하는 타겟을 고려해 1만 원 정도에 세탁이나 다림질 등 간단한 집안일을 해결해 주는 파트타임 서비스를 기획해 볼 수도 있겠죠.
타겟을 구체화했다면 대략적인 모수도 확인해 보세요.
타겟을 구체화한 다음에는 시장 규모와 점유율도 파악해 보세요. 타겟의 대략적인 모수를 측정하고 우리가 선정한 타겟이 전체 시장 중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 확인해 보는 겁니다. 타겟 구체화 항목과 함께 참고하면 처음 목표로 선정한 시장에 계속 집중하는 것이 좋을지 또는 다른 시장으로 확장하는 것이 좋을지를 판단할 때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프로덕트의 첫 타겟을 설정하는 방법, 타겟 세그먼트에 기반한 성장 전략, 초기 프로덕트 개발시 가져야 할 유연한 사고방식 등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출처 : 디캠프 뉴스레터 플랫폼(dcamp.kr/news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