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유치는 항상 필요한 것일까요? 투자 유치가 처음이라면 모든 것이 생소하고 어렵기 마련입니다. 왜 투자를 받아야 하는지, 투자 유치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기본적인 것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투자 유치, 이런 경우라면 고려해보세요.
손익분기점 이상의 성장 동력, 자금이 필요할 때
스타트업이 손익분기점(BEP : Break-Even Point)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합니다.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은 매출이 비용보다 많아 지속적으로 이익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초기 스타트업은 이익이 발생하는 시점까지 도달하기 위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며, 그때까지 징검다리 형태로 외부로부터 자금을 조달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자금이 떨어지면 “큰일 났습니다. 돈이 떨어졌습니다. 어서 투자해주세요!”라고 외치고 싶은 상황일 겁니다.
하지만 수익이 필요한 투자자 입장에서는 스타트업이 단순히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더 나아가 큰 성장을 하여 투자자에게 수익을 안겨줘야 의미가 있습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싶을 겁니다.
“현 단계의 가설을 이렇게 검증하였습니다. 손익분기점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지만, 추가 자금이 있으면 손익분기점 도달뿐만 아니라 향후에 급성장해 기업가치가 더욱 올라갈 것입니다. 그러면 투자자도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이 자력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기 전까지는 마치 엔진이 없는 글라이더처럼 상승기류(투자 유치)를 타고 올라갔다가, 이후 다시 하강하게 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그러나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본격적인 이익이 나게 되면 그때부터는 엔진(성장동력)을 갖춘 진짜 비행기가 됩니다. 스타트업의 장기적인 목표는 1차 목표인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고객에게 제대로 된 가치를 주면서 크게 성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투자 유치를 하는 것이죠.
공격적인 시장 선점을 위한 리소스가 필요할 때
스타트업이 공격적으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혁신뿐만 아니라 많은 리소스가 필요합니다. 후발 경쟁자와의 격차를 압도적으로 벌리거나 선두주자를 따라잡기 위한 중요한 리소스 중 하나가 바로 자금입니다. 자금이 있으면 뛰어난 인재 영입에 유리하고 R&D를 통해 기술 우위에 서며 마케팅도 공격적으로 진행이 가능하기에, 때로는 엇비슷한 경쟁자 중 자금을 보다 많이 가진 자가 승기를 잡기도 합니다.
‘카카오’ 역시 초기에 수익모델이 없는 상태에서도 미래를 위해 장기적으로 서비스에 투자하였기에 모바일 메신저라는 큰 플랫폼을 선점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시장 확장을 위해 M&A(Mergers & Acquisitions)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커뮤니티 기반 패션 커머스 플랫폼인 ‘스타일쉐어’는 주 고객을 10~20대에서 20~30대로 확대하기 위하여 ‘29CM’를 인수하였는데, 이를 위한 자금 확보 차원에서 시리즈 C 투자 유치를 하였습니다.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이미 이익이 나고 있는 상태에서도 고객 확대를 위한 충분한 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투자 유치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투자자의 조력으로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때
스타트업 입장에서 투자자의 간섭이 싫을 수도 있지만, 적극적인 투자자는 자금을 조달해주는 것 외에도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투자자는 후속 투자 유치나 M&A, 상장을 돕는 것 외에도, 비즈니스/구인 네트워킹에 도움을 주거나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을 시 경영 관련 조언을 줄 수도 있습니다. 투자 유치 없이도 지인인 투자자의 조언을 가끔 얻을 수 있겠지만, 포트폴리오사에 비해서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Daum)’이 초기에 자금 여력이 있는 상황에서도 굳이 ‘데이콤’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것은 전략적 협업 관계에 대한 고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투자금과 투자자의 조력으로 더 크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면, 함께 파이를 키워간다는 관점에서 투자 유치를 고려해봐도 좋습니다.
투자 유치가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에요.
대부분의 스타트업에게는 투자 유치가 필요한 경우가 많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투자 유치를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자영업처럼 천천히 성장해도 괜찮다면
일반 자영업은 성장 속도는 느릴지라도 자본금과 초기의 매출만으로도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까지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도 서서히 성장하여 이익을 내기도 합니다. 스타트업 또한 외부자금 조달 없이 자력으로 서서히 성장하는 게 가능하기도 합니다.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성장 속도보다 손익분기점 도달에 더 초점을 두고,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매출을 올리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죠.
투자 유치 없이도 급성장이 가능하다면
투자 유치 없이도 최근에 많이 저렴해진 ICT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단기간에 급격히 성장하며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건강관리 앱 ‘캐시워크’를 운영하는 ‘넛지헬스케어’는 외부의 투자 유치 없이도 서비스 출시 10개월 만에 5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고 영업이익 또한 크게 발생했습니다. 당시 투자자로부터 투자 희망에 대한 문의가 많았지만 충분한 자금 여력(2022년 영업 이익 100억원 돌파)으로 인해 별도의 투자 유치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2023년 4월 사업 확대와 글로벌 시장 진출에 집중하기 위해 법인 설립 이후 300억 원 규모의 첫 투자 유치를 완료했습니다.)
투자 유치 전, 이것만은 반드시 확인하세요.
우리가 J커브의 성장 잠재력을 가진 스타트업인가?
벤처투자자는 일반 자영업이나 기타 초기 기업보다는 급성장이 가능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모험 자본의 속성상 기본적으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추구하기 때문이죠.
‘다음(Daum)’의 경우 ‘한메일’ 서비스 출시 후 4년 만에 가입자 수가 3,000만 명까지 성장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급성장에 기반하여 1995년 창업 후 만 5년이 되기 전인 1999년에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외에 다른 유명한 국내외 스타트업을 보더라도 모두 급성장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스타트업을 로켓에 종종 비유하는 것도 바로 이 급성장 때문이죠.
스타트업은 소수의 인력과 소규모 자금으로 시작한다는 측면에서는 기존의 일반 기업과는 다르고 대신 자영업과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혁신을 통해 ‘J커브’ 형태의 급성장을 동반한다는 측면에서는 일반 자영업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 유치를 생각한다면 우리가 J커브의 성장 잠재력을 가진 스타트업인지부터 고려해 봐야 합니다.
대출과 투자 유치, 신중하게 결정해야 해요.
투자 유치 대신에 대출을 통해 기업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외부로부터 조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대출은 이자와 원금을 기한 내에 차질 없이 갚을 수 있다면, 지분을 나눌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채권자는 투자자에 비해 경영간섭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이미 큰 매출을 올리고 있거나 충분한 담보가 있는 중견기업/대기업이 아닌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일반 금융권으로부터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로 관련 기관의 보증이 있어야만 충분한 자금 확보가 가능하죠. 그리고 만약 제때 이자나 원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기업이 파산에 이를 수도 있으며, 상황이 더 나쁘면 연대보증으로 인해 창업자 개인의 자산이 가압류되거나 개인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대출은 이러한 리스크를 감안하여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투자 유치 전, 창업자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
투자 유치 이후 창업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주주이자 파트너인 투자자에 대한 책임이 추가로 생기게 됩니다. 비록 투자 유치가 법적인 측면에서 빚은 아닐지라도, 일종의 도의적인 측면에서의 빚이 되죠.
“남들도 투자를 받으니 나도 투자를 받아야겠다”라는 식으로 충분히 고민해보지 않고 투자 유치에 나서거나, “내 돈 넣기엔 리스크가 있으니 남의 돈으로 사업하자” 같은 무책임한 생각으로 투자 유치를 진행하면 곤란합니다. 물론 투자자가 어느 정도 재무적 리스크를 분담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창업자가 투자자에게 리스크를 떠넘기려고 하는 것은 모럴해저드에 해당되며, 그러한 창업자가 험난한 창업과정을 제대로 견뎌내는 사례도 드뭅니다.
투자 유치를 진행하기 전에, 먼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본인은 얼마나 확신이 있는지, 공동창업자들의 역량은 어떤지, 투자자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협력해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 등을 스스로 신중하게 고려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출처: 『스타트업 투자 유치 전략』 매쉬업벤처스 이택경, 한국벤처투자,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