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조선일보의 '그때 투자'에 기고한 글입니다. 그때 투자(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에선 현업 투자자가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를 공유합니다.
비트코인이 국내 거래가 기준으로 1억 원을 돌파했다. 그동안 FTX, 루나와 같은 국제적 이슈에서부터, 델리오, 하루인베스트와 같은 국내 사건∙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며 가상자산 시장은 침체 분위기가 지속되었다. 그러던 와중 비트코인에 연달아 호재가 찾아오며 다시금 돈이 몰리고 있다. 4월로 예정된 반감기가 도래했고,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되었다. 이에 더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조로 당분간 가상자산 시장에 훈풍이 예상된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1억 원을 돌파한 것과 실제로 ‘내가 돈을 버는 것' 사이에는 큰 괴리가 존재한다. 분명 누군가는 큰돈을 벌었을 텐데, 내가 직접 투자하기 위해서는 주식 시장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공부할 것도, 해야 할 것도 많다. 험난한 여정을 거쳐 자산을 매수한 이후에도 신경쓸 것이 많다. 내가 매수한 코인이 정말 실체가 있는지, 팔아야 한다면 그 시점이 언제일지도 알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는 예전부터 존재했기 때문에 관련 서비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주로 가상자산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에 자산을 맡기면 위탁 운용해 주는 방식이 많았다. 이와 같이 고객의 자산을 중앙에 모아두고 운용하는 것 자체는 일반적인 금융업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면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가 아님이 증명되었다. 고객에게 무위험∙고이율 투자를 약속하고, 더욱 많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소수의 운용업체에 자산 대부분을 일임해 위험 회피를 하지 않은 것이 결국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요동치는 시장일수록 보수적, 객관적 방법론이 주목받는다
사일런티스트는 사명과 같이 ‘고요한' 솔루션을 지향하는 기업이다. 앞선 기업들이 과도한 레버리지와 자극적인 카피로 상승장에 떠오르고 하락장에 무너졌다면, 사일런티스트는 시장의 규제를 최대한 준수하며 외부 변수에 대한 위험을 줄이는 접근법을 택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사일런티스트의 서비스는 제도권의 투자 과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우선, 기존에 운영 중인 서비스와 파트너십 형태로 사일런티스트의 전략을 공급한다. 현재 시장의 상황에 따라 정해둔 규칙에 자동으로 투자 비중을 조정하고 매수/매도를 집행하는 AI 기반 전략을 다수 개발했으며, 가상자산 거래소, 만보기 서비스 등을 통해 고객의 자산을 외부 수탁하지 않고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작년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파트너십을 추진한 결과 현재 약 2만 명의 유저에게 10억 원 가량의 가상자산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며 빠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사일런티스트는 가상자산에 대한 객관적 평가 지표를 보여주는 ‘FACTTO’ 서비스도 제공한다. 전통 주식 시장에서 적용되는 방법론을 가상자산에 대입하여 정량적인 점수와 오각형의 레이더 차트를 보여주고,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투자 기준을 바탕으로 필터링할 수 있는 대시보드를 제공한다. 또한, 실시간으로 객관화된 시각 정보를 제공하며 개별 자산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AI 리서치 엔진에 적용해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효과적인 평가요소를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존에 애널리스트가 수기로 리포트를 작성하면서 발생되는 주관적인 관점과 시차 발생 문제를 사일런티스트는 AI를 통해 자동화하며 해결하고 있다. 매월 펀더멘탈이 강하고 잠재력이 높은 가상자산을 선별하고, 이를 묶음으로 투자하는 ETF 상품을 출시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인공지능으로 가상자산 투자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는 팀
사일런티스트는 ‘23년 3월 법인 설립과 함께 매쉬업벤처스를 포함한 다수의 투자사로부터 15억 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하였다. 투자를 검토하던 당시를 떠올려보면, FTX 사태로 인해 가상자산에 대한 투심이 극도로 얼어붙은 상황이었다. 사람들은 비트코인에서 다시 주식 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VC 또한 가상자산 관련 기업에 투자하기를 꺼렸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어느 때보다 리스크에 민감했고, 객관적이고 투명한 정보 제공을 원하면서도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요구하는 등 속칭 ‘하드 모드'에 접어든 시기였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사일런티스트를 만났기 때문에, 사업에 대한 진정성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렇다면 ‘하드 모드'를 클리어할 수 있을 만한 역량과 철학이 있는 팀인지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사일런티스트의 김준환, 허예찬 공동대표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인 크러스트유니버스에서 CIC(사내독립기업)를 통해 함께 창업했다. 김준환 대표는 창업 전 올리버와이만과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금융 부문 전략 컨설턴트로 일했고, 다양한 아이템으로 창업을 시도한 후 크러스트유니버스의 투자심사역으로 근무했다. 허예찬 공동대표는 중학생 때부터 강화학습과 퀀트 투자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고 관련 커뮤니티를 운영했다. 이후 퀀트 스타트업에 재직하던 중 카카오의 스카웃 제안을 받고 고등학교를 자퇴한 후 크러스트유니버스의 CIC에 합류하는 등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사일런티스트가 보여준 역량과 철학 또한 인상적이었다. 명확한 상승/하락장, 횡보장 등 모든 시장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전략과 이를 자체적으로 검증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태도 또한 인상적이었는데, 회색 지대에 놓인 가상자산 특성상 규제의 공백을 이용하여 빠르게 성장할 수도 있지만 규제를 우회하지 않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기반을 다져나가려는 팀의 비전이 돋보였다. ‘Silentist’라는 사명이 정말 잘 어울리는 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일런티스트는 파트너십 서비스 시작 이래 6개월 만에 680%의 서비스 자산 증가, 투자 후 1년 만에 월 단위 손익분기점 돌파라는 성과를 보이며 투자 당시 기대했던 모습대로 성장 중이다. 또한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리서치 효율화, 자동화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기존의 리서치 엔진이 강화학습을 통해 주어진 전략의 최적해를 찾는 수준이다면, 이제는 생성형 AI를 통해 인간 리서처의 지식이나 선입견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속성의 신규 전략을 초 단위로 생성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가상자산뿐만 아니라 제도권의 다양한 인덱스에도 적용될 수 있는 방법론으로, 궁극적으로 ‘고비용 지적노동’에 해당하는 퀀트 리서치 프로세스를 생성형 AI를 통해 효율화, 자동화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이 사일런티스트는 AI를 활용하여 가상자산 투자자로 하여금 조금 더 ‘평온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어떤 자산군보다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변동성도 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한한 기회가 있기에 가상자산 시장은 계속 성장 중이다. 객관적인 기준을 근거로 지속가능한 가상자산 투자를 원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사일런티스트를 찾게 되는 날까지 그들의 성장을 응원하고 조력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