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리, 생활가전 렌탈에 더 이상 발품팔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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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10, 2023

이 글은 조선일보의 '그때 투자'에 기고한 글입니다. 그때 투자(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에선 현업 투자자가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를 공유합니다.

렌트리 서비스 화면. /렌트리 제공
렌트리 서비스 화면. (렌트리 제공)

월 37,000원만 내면 되는 것을 50,000원씩 내고 있는 구독 상품이 있다면 어떨까? 발품 여부에 따라 36개월 간 45만 원을 더 지불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시장에서, 정작 비싼 돈을 내고 있는 소비자는 자신이 비싸게 구매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판매자마다 조건도 다르고, 실제 계약 사항 또한 매우 복잡하다. 구매경험 자체가 비정형적이라 구매 이후에도 스스로 합리적인 구매를 한 것에 대해서 확신하기 어렵다. 이는 바로 가전렌탈 시장의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겪게 되는 비효율적인 소비자 경험이다.

기존 렌탈 시장은 70%의 방문판매와 30%의 텔레마케팅으로 유통되고 있다. 웹사이트까지 구축된 곳도 간혹 있지만, 제품을 선택하고 구매를 결정하더라도 이름과 전화번호를 입력하여 상담원 연결을 기다리는 인바운드 텔레마케팅 방식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방식에서 소비자는 여전히 페인 포인트(Pain point, 고객이 불편을 느끼는 지점)를 해소할 수 없다. 실시간으로 상담이 진행되기 때문에 즉각적인 선택을 강요받게 되고, 이 과정에서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여유가 사라지면서 상담원의 페이스에 끌려가게 된다. 즉, 평균 200만원이 넘어가는 가전제품의 구매 결정을 그 자리에서 결정해야 하고, 만약 결정을 보류하게 되면 고객의 전화번호는 아웃바운드 텔레마케팅 업체로 염가에 팔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각 상담과정이 파편적으로 진행되면서 렌탈 세부 조건까지 늘어놓고 한눈에 비교할 수 없다. 기존 렌탈 관련 웹사이트에서도 가격을 살펴볼 수는 있으나, 실제 소비자의 조건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원하는 견적과는 괴리가 있다.

공급자 측면에서도 역시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많다. 가전제품 제조사와 이를 상품화하는 렌탈사에서는 유통 채널이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방문판매/텔레마케팅은 근본적으로 노동집약성을 해소할 수 없고, 렌탈 제품 유통에 종사하는 사람이 2만여 명 이상이기 때문에 판촉비 또한 굉장히 많이 투입된다. 또한, 영업방식 특성상 퍼포먼스 마케팅이 불가능하여, 소위 ‘선택과 집중’을 어렵게 만든다.

가전 렌탈에 특화된 메타서치 애그리게이터 ‘렌트리’

서현동 렌트리 대표. /렌트리 제공
서현동 렌트리 대표. (렌트리 제공)

렌트리는 기존 대안이 해결해주지 못한 페인 포인트에 집중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우선, 제품 탐색에 있어 보다 객관적으로 상품을 비교해 볼 수 있다. 메타서치 기술을 통해 시중의 렌탈 제품을 DB화하고,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품 및 계약조건을 추천해 주며, 상담 전 과정을 디지털화했다. 채팅 기반의 UI를 통해 고객은 즉각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고, 한 눈에 자신의 조건을 고려한 최종 견적을 역경매 방식으로 받아볼 수 있다.

정보 비대칭의 벽을 허문 결과 소비자는 손품, 발품을 팔아가며 힘들게 할인 정보와 사은품 등을 얻는 대신 클릭 몇 번으로 평균 31만원의 페이백을(객단가 210만 원 기준)을 수취할 수 있다.  공급자인 제조사, 렌탈사 입장에서도 소비자와의 상담 과정과 상담 고객이 구매로 전환되는 흐름을 모두 추적 및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유통 채널을 일원해 판촉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고, 렌트리 플랫폼을 통해 발생하는 바이럴 효과를 간접적으로 누릴수도 있다.

렌트리는 매쉬업벤처스로부터 22년 5월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렌트리는 상술한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정수기 렌탈 분야의 시장성과 고객 니즈를 검증하며 월거래액 2억 원을 기록하고 있는 팀이었다. 실제로 존재하는 문제를 인지하고 이를 해결하며 소기의 성과를 지표로 증명하는 모습이 돋보였고, 투자를 검토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정도로 명확하게 비즈니스를 풀어내었다.

투자 이후 렌트리는 디캠프 디데이 우승, 중기부 TIPS 선정 등을 통해 초기 스타트업으로서 입지를 다져나갔다. 지표상으로도 매월 20% 가까이 성장하며 올해 7월 기준으로 월거래액이 투자 당시보다 10배 이상 증가한 21억 원, 누적거래액 200억원을 달성하였다. 그리고 유통사 영역을 효율화하는 1단계를 거쳐, 렌탈 계정을 운영하며 파이낸싱 기능을 제공하는 2단계를 눈앞에 두었다. 이를 위해 현재 LG헬로비전, KG이니시스 등 기존 렌탈사와 협업을 진행하며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렌탈 산업의 구조 혁신을 꿈꾸다

렌트리 팀원들. /렌트리 제공
렌트리 팀원들. (렌트리 제공)

렌트리의 창업자인 서현동 대표는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후 한국공인회계사로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재직 당시 국내 1위 렌탈사의 M&A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렌탈 시장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당시 렌탈 시장은 오프라인 방문판매 위주의 유통구조를 기반으로 운영되다보니 판매 수수료율이 30% 수준으로 타 산업 대비 과도한 상황이었다. 또한, 렌탈에 우호적인 MZ세대를 타겟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창업을 결심했다.

이후 통신시장과 유사한 방식으로 중고 정수기의 명의 이전을 돕는 베타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했다. 이를 기점으로 렌트리는 정수기, 공기청정기와 같은 전통적인 생활가전을 넘어 TV, 냉장고 등의 대형가전으로 취급품목을 대폭 확장하며 2,000개 이상의 SKU를 확보했다. 이러한 수평적 확장과 더불어 밸류체인의 수직적 통합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300여개의 유통사, 다양한 렌탈사를 플랫폼에 내재화하며 각 단계마다 발생하는 비효율을 개선해나가고 있다. 공동창업자인 박재만 이사는 서현동 대표의 대학 동기로 CJ올리브네트웍스, GymT 등에서 프로덕트 기획을 담당하였다. 이외에도 에코마케팅, 펑타이코리아를 거친 마케팅 리드와 데일리샷에서 고객 경험 부문을 총괄한 CX 리드 등 계속해서 훌륭한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렌트리는 온라인 유통시장을 빠르게 점유하는 데서 시작하여 궁극적으로 렌탈 산업 전반의 구조를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단건으로 제공하는 견적을 묶음으로 제공하며 요식업장, 사무실 등의 B2B 수요를 대응할 예정이다. 또한, 견적 서비스에 일시불 구매를 추가하여 자신의 지출 스케줄에 맞는 다양한 구매 조건을 제공할 것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직접 렌탈 계정을 운영하면서 렌탈 계약의 1차(생성)와, 2차(유통) 시장을 모두 아우르는 모델로 스케일업할 것이다. 이와 같이, 가전 렌탈의 탐색-계약-해지까지 라이프사이클 전반에 관여하는 ‘실물 구독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렌트리의 비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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