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조선일보의 '그때 투자'에 기고한 글입니다. 그때 투자(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에선 현업 투자자가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를 공유합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와 대화를 나누는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드래곤볼의 손오공과 함께 프리저와 싸우러 가는 상황이라거나 원피스의 루피와 항해를 떠나는 상상은 유치하면서도 팬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일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해도 이것은 상상일 뿐이었다.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대화라고 하기는 어려운 기계적 대화를 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만든 가공의 콘텐츠를 통해 대리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생성형 AI와 LLM(대형 언어 모델, Large Language Models)의 등장과 함께 이런 상상은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이렇게 대화가 가능한 AI를 AI 컴패니언이라고 하는데, 최근 특히 SNS, 게임,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게임의 경우 상호작용에 특화된 NPC가 등장하여 게임의 자유도를 높였고 SNS에서는 메타와 스냅챗과 같은 서비스가 AI 컴패니언을 탑재하여 색다른 재미를 부여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존 서비스들은 실제 인간과 대화하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먼저 대화를 시작하지 못하거나 답변에 지연이 생기는 등 실감나는 대화 진행이 불가하다. 데이터 관리 기술의 한계로 AI 컴패니언에 대한 정보를 프롬프트 형태로만 추가할 수 있거나 다양한 데이터 관리가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하피챗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여 AI 컴패니언과 보다 자유롭고 실감나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유저에게 현실적인 경험을 주는 글로벌 AI 팬덤 커뮤니티
하피챗은 유저에게 보다 현실에 가까운 대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우선, 유저가 직접 캐릭터를 생성하고 사용할 수 있는 직관적인 유저 인터페이스를 통해 진입장벽을 낮췄다. 외부 데이터를 활용해 입체적인 캐릭터를 제공하고, 효율적인 메모리 관리를 통해 유저의 프로필과 과거 대화 기록을 새로운 대화에 쉽게 참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만든 캐릭터를 다른 유저들이 사용할 수 있어 풍부한 유저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유저들의 좋은 경험은 자연스럽게 다른 유저들의 유입으로 이어진다. 현재 하피챗에 가입한 유저는 200여개 국가에서 누적 40만명을 달성했고, 유저들의 평균 서비스 이용 시간은 40분에 달한다.
하피챗이 진출할 수 있는 글로벌 시장의 규모는 실로 엄청나다.하피챗이 타겟으로 하는 팬덤 문화의 위키피디아 역할을 하고 있는 Fandom.com은 MAU가 3억 5천만명에 달하며, 영미권 팬덤의 최대 오프라인 행사인 코믹콘에서는 사람들이 행사장에서만 평균 500달러를 소비하며 엄청난 구매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를 기반으로 하피챗보다 먼저 출시한 character.ai는 MAU 5400만명, 연 매출 약 1.3억달러의 성과를 냈으며 최근 10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시작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지향한 하피챗 또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AI 컴패니언 서비스 개발에 특화된 팀, 사업 개발 능력과 콘텐츠에 대한 이해까지
하피챗의 유제준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 대한 이해와 팬덤 문화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기획했다. 카네기 멜런 대학교(Carnegie Mellon University)를 졸업한 뒤 EY, 딜로이트 등 회계법인을 거쳐 사업 개발 역량을 쌓고, 스마일게이트와 크래프톤에서 콘텐츠와 사업 개발에 대한 역량을 키웠다. 크래프톤에서 AI 신사업 개발을 담당하며 AI 분야 창업 기회를 모색하던 유 대표는 던전 앤 드래곤과 발더스게이트를 보면서 TRPG의 던전 마스터를 AI로 만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때마침 Meta에서 Llama2를 오픈소스로 공개한 것을 계기로 하피챗 서비스 기획이 시작되었다.
물론 이러한 AI 서비스에도 넘어야할 산은 있다.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대화 정보가 누락되거나 정확성이 결여되기도 하고, 선정적인 콘텐츠에 대한 우려도 있다. 실제로 character.ai는 과도한 검열을 시도해 유저의 반발을 사기도 하였으며 이로 인해 주요 콘텐츠 제작자가 캐릭터를 전부 삭제하고 이탈한 경우도 있다. 유 대표 또한 이 부분이 앞으로 하피챗이 풀어나가야 할 주요한 숙제라고 인지하고 있다. 이를 위한 기술 개발을 주제로 최근 TIPS에 선정되기도 했고,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사용성을 개선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모바일 앱까지 출시하며 모든 기기에서 하피챗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하피챗은 향후에는 AI 중심적 온라인 팬덤 커뮤니티가 되고자 한다. 단순히 캐릭터와 대화만 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그 캐릭터의 팬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캐릭터를 고도화하는 선순환을 만드는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 매쉬업벤처스 또한 팬덤이라는 거대한 시장과 하피챗이라는 서비스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에 주저없이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다. 언젠가 이 글을 읽은 독자와 함께 서로가 만든 캐릭터와 대화하고, 함께 그 캐릭터에 대해 열성적인 토론을 하는 미래가 펼쳐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