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조선일보의 '그때 투자'에 기고한 글입니다. 그때 투자(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에선 현업 투자자가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를 공유합니다.
COVID-19가 가져온 피트니스 시장의 디지털 전환
매년 연초가 되면 누구나 ‘꾸준히 운동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코로나 이전만 하더라도 당연히 헬스장에 등록하여 PT를 받는 것이 가장 효과가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가격도 비싸고 검증되지 않은 트레이너를 마주할 위험도 있었지만, 마땅히 다른 대안을 떠올리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실내체육시설을 이용할 수 없게 되자 대안으로 홈트레이닝(이하 홈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혼자 운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운동 컨텐츠들도 빠르게 생겨났습니다. 이후 ‘위드 코로나’에 돌입하며 제한적으로 헬스장을 이용할 수 있게 되지만, 홈트에 대한 경험과 더불어 대면 접촉에 대한 불안감으로 PT 대신 혼자 운동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또한, 자가격리에 들어간 운동선수들을 위한 홈트 루틴이 고안되면서 관련 콘텐츠의 전문성도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피트니스 시장이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팬데믹 상황에서도 생업을 이어나가기 위해 비대면 강의나 영상 콘텐츠 등을 통해 피트니스 전문가들이 대거 인플루언서로 편입됩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맨몸운동 또는 홈 짐을 꾸려 그들의 콘텐츠를 보고 운동을 따라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비싼 돈을 내며 대면 PT를 받지 않더라도 운동 효과를 충분히 볼 수 있다는 것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비동기적으로 전문가의 운동 루틴을 따라할 수도 있다는 것이 입증됩니다.
위와 같은 시장의 흐름을 타고 미국에서는 2가지 피트니스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합니다. 우선 2017년에 창업한 Future는 전문 코치를 배정하여 개인화된 스케줄, 목표, 장비 등을 꼼꼼히 지정해주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입니다. 자세 영상을 보며 따라하고, 내 자세를 녹화해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정기적으로 담당 코치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동기를 부여합니다.
다음으로는 2020년에 창업한 Boostcamp가 있습니다. Future와 달리 해당 서비스는 전문가들이 만들어둔 운동 루틴 중 사용자의 운동 목적에 따라 선택해 따라하는 비동기적 코칭에 가깝습니다. 이 때 과학적으로 검증되었으며 Reddit 등 커뮤니티에서 많은 사람들이 효과를 보인 루틴을 위주로 하여 긍정적인 시장 반응을 얻었습니다.
국내 피트니스 시장의 사용자 경험을 바꾸는 스타트업
그렇다면 국내 피트니스 시장은 어떻게 변화하였을까요? 2021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체육시설 가격표시제’를 도입하였으나, 여전히 가격을 고지해두지 않은 헬스장도 많은 상황이며, 고지 의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투명하게 가격을 비교해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 비대칭’’에 대한 문제를 푸는 스타트업들이 다수 등장했습니다. 우선, 당시 다양한 에듀테크 스타트업이 등장하면서 그 중 피트니스를 전문으로 하는, 검증된 콘텐츠를 모아놓은 곳들이 대표적이었습니다. 혹은, 유저가 헬스장과 트레이너를 직접 리뷰하거나, 반대로 트레이너가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업로드할 수 있는 서비스도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운동기구나 헬스장 회원권 등 커머스 기능이 주가 되면서 여전히 이러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현재 피트니스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검증된 콘텐츠를 모아보고 나의 행동을 기록하며,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과 비교·대조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학습, 다이어트 등 실생활 전반에서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는 피트니스 시장에서도 잘 작동하면서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자기효능감을 충족할 수 있고, 스마트 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의 발전에 힘입어 나의 운동을 정확히 기록할 수 있어 사용자들은 기꺼이 월 구독료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짐워크’가 이러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검증된 코치들의 운동 루틴을 바탕으로 이를 따라하거나, 혹은 적절히 조합하여 나만의 루틴을 무제한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또한 나의 운동을 쉽게 기록하고 이를 기반으로 목적, 난이도 등을 달리하여 운동 세트를 추천하는 등 다양한 편의 기능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점이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신규 유저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짐워크’에 투자하기까지의 여정
짐워크와는 약 1년 반 전에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당시 짐워크는 예비창업패키지에 막 선정되었고, 사이드 프로젝트로 만든 앱에 구독 모델을 출시하며 유료화에 대해 검증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웨이트 트레이닝을 즐기지 않는 사람으로서, 처음 뵈었을 때는 사실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이미 5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기에 사이드 프로젝트임을 고려하면 꽤 훌륭한 지표였습니다. 하지만, 인플루언서 IP를 확보하고 관리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컸습니다. 또, ‘투자 혹한기에 과연 좋은 직장에서 퇴사하고 야생으로 나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편 짐워크에서도 적절한 투자 유치 시기와 더불어 퇴사 시점을 조율하는 데 있어 팀원들끼리 고민이 길어졌고 그렇게 첫 검토가 일단락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정확히 1년 후 다시 투자를 검토하게 되었습니다. 그간 다운로드 수나 월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고, 각자의 직장에서 얻은 노하우를 짐워크에 계속 적용해보고 있던 단계였습니다. 공동창업자들도 1년간 짐워크에 대한 확신이 더욱 강해졌고 퇴사를 결심한 상태에서 다시 만나게 된겁니다. 그들이 모두 운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창업을 할 때 더 열의를 가질 수는 있겠지만, 어찌 보면 확증 편향이 강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재직 중이던 유니콘 스타트업에서 과감히 퇴사할 정도로 그들이 확신을 가진 이모저모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정리하면, 4주 이상의 세트를 루틴으로 제공하고 무게 추천이나 분석 기능 등을 통해 유저들이 조기에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구조가 잘 작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플루언서는 부가 수익 창출을 위해 자신의 팬덤을 적극적으로 짐워크로 인입했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보고 지난 8월에 짐워크에 투자했습니다. 시기적으로 운동에 대한 관심은 초여름과 연초에 보통 커지는데, 이를 고려하면 투자하고 난 직후에는 지표가 눈에 띄게 좋아지지는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와 달리 짐워크는 비수기에도 월 20%씩 성장하며 투자 후 3개월 만에 유료 고객이 2배 이상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니콘에서 나와 또 다른 유니콘을 꿈꾸는 사람들
짐워크의 인력 구성을 요약하자면 ‘유니콘 스타트업 제품팀 출신’입니다. 김주용 대표는 하이퍼커넥트에서 프론트엔드 개발과 Web TF를 리드한 경험이 있고, 본인이 3대 500을 넘는 파워리프터입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인 정수빈 공동창업자는 김주용 대표와 하이퍼커넥트에서 처음 연을 맺었고, 이후 당근을 거쳐 짐워크에 합류하였다고 합니다. 전현성 공동창업자는 김주용 대표와는 고등학교 동창으로, 리디와 버킷플레이스에서 백엔드 개발자로 일하다가 짐워크에 오면서 본인이 서비스의 헤비 유저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3명은 공통적으로 아주 큰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현재는 근력운동을 하는 남성 대상의 국내 인플루언서 위주로 서비스가 구성되어 있지만, 이후 여성으로의 대상 확장과 더불어 홈트레이닝, 맨몸운동 등 다양한 운동을 짐워크로 배우고 기록하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요즘 트렌드에 발맞추어 AI를 활용해 사용자 경험을 대폭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가설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2025년에는 본격적으로 글로벌 피트니스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이며, 세계대회 우승자 출신인 보디빌더와 계약하면서 첫단추를 꿰었습니다. 근시일 내에 북미를 시작으로 글로벌 피트니스 시장에서도 짐워크가 두각을 나타내기를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