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 컬러’는 사람의 피부톤과 가장 어울리는 색상을 찾는 색채학 이론입니다.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색, 옷, 화장품 등을 알려주는 ‘퍼스널 컬러 진단’은 한국에서도 2010년대 중반부터 꾸준한 인기인데요. 하지만 오프라인 퍼스널 컬러 진단 가격은 평균 17만 원을 상회할 정도로 비싸고, 퍼스널 컬러와 관련된 콘텐츠는 SNS와 유튜브 등으로 파편화되어 있어 사람들은 자신에게 알맞은 양질의 정보를 얻기 어렵습니다.
블랙탠저린 김상이 대표는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면서 본인에게 어울리는 색상의 옷과 화장품을 소비하고 싶은 MZ세대를 위해, 개인화 패션 큐레이션 플랫폼을 만들었습니다. 퍼스널 컬러를 통해 초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블랙탠저린과 김상이 대표의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블랙탠저린’을 창업하게 된 계기
Q. 안녕하세요 대표님. 한 줄 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MZ세대가 자신의 개성을 쉽고 재미있게 발견하고, 옷으로 표현할 수 있게 돕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블랙탠저린 대표 김상이입니다.
Q. 블랙탠저린을 창업하기 전 H&M VMD, 울트라캡숑 PM, MEPSI CEO, LG생활건강 등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다양한 곳에서 일을 하셨어요. MEPSI 이후 블랙탠저린이 두 번째 창업인데, 다시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키워드를 패션, 스타트업, 비전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늘 가슴 뛰고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학생 때는 패션 디자이너가 꿈일 만큼 패션 도메인에 애정이 많았어요. 그 후로 패션업계에서 일을 하기도 했고요. 스타트업 울트라캡숑에서 일할 때를 돌이켜보면 팀이 하나가 돼서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성장했던 시간들이 정말 좋았습니다. 팀의 엑싯(EXIT)까지 함께한 좋은 경험이었죠. 마지막으로 비전. 평소에 채식, 인권, 환경 활동 등 다양한 사회 참여 활동을 하고 있어요. 활동을 하면서 제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든다는 비전에 감화됐을 때 더 열정적으로 임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전 경험을 바탕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는 패션 스타트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다시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Q. 마지막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요.
의류의 2/3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서 재활용이 어렵습니다. 그 옷을 재활용해서 다른 옷으로 만드는 작업이 더 돈이 들죠. 환경을 고려했을 때 옷을 여러 벌 사고 버리는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사람들에게 각자 어울리는 옷과 그 옷을 잘 입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데이터랑 기술력을 갖춰서 패션 플랫폼 사업을 해야겠다는 결론이 나왔죠. 그때 우리나라의 대형 패션 플랫폼들이 하지 않는 걸 확인했는데, 그게 초개인화였어요.
Q. 아이템을 퍼스널 컬러로 잡은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사람마다 다른 퍼스널 컬러, 얼굴 이미지, 체형을 갖고 있는데 왜 기존 패션 커머스 플랫폼들이 개인맞춤형 서비스를 하지 않는지 의문이었어요. 당시 회사를 다니면서 1년에 하나씩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블랙탠저린을 할 때는 그 의문점에 착안해서 퍼스널 컬러를 아이템으로 잡았어요. 퍼스널 컬러는 대형 패션 플랫폼들이 하지 않는 서비스라 그 시장에 파고들 수 있는 아이템이라 생각했고, CAC(Customer acquisition cost, 1명의 신규 고객 유치에 쓰이는 비용)도 낮거든요. 원래도 관심 있는 패션 관련 분야고, 직접 알고리즘 설계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점차 드릴다운을 하면서 MVP로 ‘퍼스컬컬러 테스트 챗봇’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MVP 반응이 좋았어요. 서비스를 출시하고 2주 만에 약 2천 명이 사용했거든요. 무엇보다 테스트 후에 패션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노션 페이지를 만들어서 GA 트래킹을 했는데, 콘텐츠를 본 사람이 80%더라고요. 그만큼 사람들이 퍼스널 컬러에 관심이 많다는 검증 데이터가 나온 거죠. 사업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서 퇴사를 하고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했습니다.
블랙탠저린의 서비스 ‘코콘’
Q. 그게 블랙탠저린 서비스 ‘코콘’의 시작이었군요. 코콘이라는 이름에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영미권도 그렇고 한국에서도 ‘Color’, ‘색’이라는 단어에 ‘본색(本色)’이란 의미가 들어가요. 예를 들면 ‘Show your true color’, ‘너의 본색을 드러내’ 처럼요. 색이라는 단어가 본질이나 개성을 의미한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블랙탠저린이 퍼스널컬러를 아이템으로 잡고 있으니 컬러라는 말이 들어갔으면 해서 ‘컬러 컨설턴트(Color Consultant)’, 앞 알파벳을 따서 ‘코콘(Cocon)’이라고 지었습니다.
Q. 코콘의 서비스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유저는 ‘개성발견’에서 퍼스널 컬러 진단과 페이스 이미지 분석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요. 코콘은 자연광에서 찍은 맨 얼굴을 바탕으로 얼굴의 붉은기, 노란기, 채도, 명도로 피부색을 분석하고 3200가지의 결괏값으로 퍼스널컬러를 정의합니다. 페이스 이미지는 얼굴형, 눈썹, 눈, 코, 입 형태소를 바탕으로 첫인상 이미지가 어떠한지 알려줍니다. 귀여운, 지적인, 세련된, 예리한, 야무진, 깔끔한 등 60가지 형용사로 각 이목구비 이미지를 설명하고, 옷으로 사용자가 갖고 있는 얼굴 이미지와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법 및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패션피드’는 온라인 쇼핑을 할 때 여러 옷을 구경하면서 쇼핑을 하는 ‘탐색형’ 유저를 위한 피드입니다. ‘보물찾기’는 아우터, 상의, 바지, 원피스 등의 의류 카테고리가 있고, 그 안에서도 온라인 쇼핑 시 곧바로 특정 옷을 찾고 싶은 ‘목적형’ 유저를 위해 연령대, 퍼스널 컬러, 페이스 이미지, 스타일, 쉐입, 핏, 기장, 소재, 넥라인, 프린트, 디테일 등 필터링을 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Q. 코콘만의 차별화 포인트가 궁금합니다.
기술적으로 차별 포인트가 있습니다. 블랙탠저린은 3200가지의 피부 데이터, 360만 건 이상의 쇼핑몰 데이터를 갖고 있어요. 머신러닝과 알고리즘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로 엔진을 학습시키고 서비스를 만듭니다. 내부 AI 개발자가 지속적으로 쌓이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험을 진행해 서비스를 발전시키고 있고요. 퍼스널 컬러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 유저는 자연광에서 기본 카메라로 맨얼굴을 촬영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촬영도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가능합니다. 핸드폰 기기마다 다른 결괏값을 낼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한 보정 기술도 보유하고 있어요. 문진과 AR기술로 유저가 자가진단을 하는 타사 서비스와는 다른 점입니다. 현재 코콘은 진단 횟수 50만 회에 만족도는 95%에 달할 만큼 유저들도 인정하고 만족하는 기술입니다.
정확하고 유저 친화적인 UX 경험도 차별되는 점입니다. 코콘에서 본인의 피부색을 캐릭터에 입인 후 캐릭터 옷 색상을 바꾸면서 색에 따라 어떤 느낌이 나는지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잘 어울리는 색, 두 번째로 잘 어울리는 색을 팔레트로 제시하고 해당 색의 옷을 입었을 때 전체적인 분위기도 알려줍니다. 색상 팔레트에 맞는 옷을 바로 구매할 수도 있고요. 사용자들이 오프라인 진단 후 실제 스타일 변화에 적용하기까지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을 코콘은 쉽게 해결합니다.
Q. 마케팅을 많이 하지 않는데도 코콘의 누적 이용자가 20만 명이 된다고 들었어요.
그만큼 퍼스널 컬러에 대한 니즈가 많고 코콘이 페인포인트를 잘 짚어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오프라인 매장에서 전문가에게 퍼스널컬러 진단과 패션 코칭을 받으려면 비용이 많이 들잖아요. 조사해 보니 서울 소재 매장에서 진단받을 경우 가격이 평균 17만 6천 원이더라고요. 게다가 전문가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빈번하고요. 코콘 이용 가격은 오프라인 매장의 1/10도 되지 않습니다.
마케팅 테스트를 해 보면 CPI가 200원이 나올 때도 있어요. 지금처럼 불경기에는 굉장히 높은 수치입니다. 체형 관련 릴스는 100만 조회수를 찍었고 채널의 전체 영상 조회수는 약 300만 입니다. 한국 시장에서 유료 콘텐츠는 웹툰과 게임을 제외하면 많지 않고, 그 외 콘텐츠는 결제까지 잘 이어지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월 매출이 늘고 있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서비스고, 기술력이 뒷받침되니까 시장이 같이 반응하면서 성장하는 것 같아요.
Q. 글로벌 시장도 관심 있게 보시나요?
아시아 시장을 타깃으로 5년 안에 대만이나 일본 쪽으로 진출하려고 합니다. 첫 창업이었던 ‘MEPSI’에서 직접 대만 소셜미디어 BBS를 통해 인플루언서 활동을 했었어요. 당시 대만 시장을 타깃으로 마케팅을 하고 사업을 하면서 앱스토어 1위를 달성한 경험이 있습니다. MEPSI가 LG생활건강 신사업부로 인수된 후 중화권 이커머스와 IT 서비스를 3년 이상 해오기도 했고, 대만에 믿을 수 있는 사업 파트너가 있기 때문에 대만 진출을 먼저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쉬업 패밀리 ‘블랙탠저린’
Q. 21년 창업 후, 여성비즈 창업 경진 대회에서 장관상 등 대단한 성과를 이루고 계세요. 매쉬업벤처스에서도 창업한 해에 시드 투자를 받았습니다. 투자를 빨리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이 있을까요?
정말 운인 것 같아요. 사실 혼자서 블랙탠저린을 하겠다고 결심한 뒤 비긴메이트 등에 팀원을 구한다고 올렸는데 그때 연락 온 투자사들도 있었어요. 당시엔 시기가 맞지 않는 것 같아 거절했는데 ‘비대면 스타트업 육성사업’에 참가했다가 심사위원으로 계셨던 이사님 소개로 매쉬업벤처스와 만나게 됐어요. 다른 투자사와의 컨택도 있었지만 제가 느꼈을 때 매쉬업벤처스가 미팅 절차도 가장 빠르고 의욕적이었어요. 투자심사 3번을 할 때까지 2주밖에 안 걸렸거든요. 반응도 긍정적이었고요.
Q. 매쉬업벤처스와 미팅할 때 기억 남는 점이 있었나요?
아무래도 블랙탠저린 담당 파트너인 상혁 님이요. 상혁 님이 미팅 때도 절 강하게 밀어주셨거든요. 감사함이 컸고, 상혁 님이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신 덕에 매쉬업벤처스에서 투자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매쉬업 패밀리가 된 이후 좋은 점이 있다면?
어디 가서 매쉬업벤처스에서 투자받았다고 하면 다들 감탄하고 시작합니다. 그만큼 좋은 투자사에서 투자받아서 으쓱해요. TIPS 지원사업을 일찍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좋았습니다. 21년 9월에 투자받고 22년 3월에 팁스를 받았거든요. 팀을 믿어주시는 만큼 지원도 확실하게 해 주시는 것 같아요.
Q. 진부한 질문이지만, 대표님에게 매쉬업벤처스는 어떤 존재인가요?
저의 가능성을 봐주고, 팀을 강하게 밀어준 곳. 그래서 늘 감사한 곳입니다.
앞으로의 목표
Q. 올해 기대할만한 블랙탠저린 소식이 있을까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애플리케이션 홈에 ‘놀이터’ 탭을 추가해, 커뮤니티를 만들고 패션 전문 콘텐츠를 올릴 예정입니다. 목적형 구매자를 위한 쇼핑 필터 기능 ‘보물찾기’도 홈 탭으로 이동해 패션 서비스로서 더 집중할 예정입니다.
두 번째로는 개성발견 탭에 유저의 ‘취향’에 따른 서비스와 ‘체형’ 진단 서비스를 론칭할 계획입니다. 체형 데이터는 현재 총 32억 개의 결괏값을 보유하고 있어요. ‘상체, 전체 밸런스 분석’과 ‘하체 전문 분석’ 등의 전문적인 정보도 보유 중 입니다. 체형은 사용자가 직접 입력할 수 있고, 단순히 숫자 사이즈와 키, 몸무게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삼각형, 긴 삼각형, 원형, 모래시계형 등으로 라벨링 합니다. 모래시계형의 유저에게는 허리가 강조된 옷을 추천해 주고, 삼각형의 목이 짧은 유저에게는 폴라티셔츠는 비추천하는 형식의 서비스입니다. 다른 패션 커머스에는 없는 서비스이고 기존 퍼스널 컬러 테스트의 만족도도 95%가 넘어서 체형 진단 역시 기대감이 높은 상황입니다.
마지막은 커머스 서비스입니다. 코콘이 유저의 퍼스널컬러와 얼굴 이미지를 진단한 후 어울리는 옷을 추천하면 유저는 앱 내에서 원하는 옷을 구매하고 배송도 받을 수 있어요.
Q. 블랙탠저린의 최종 목표는?
세상의 1/3을 바꾸고 싶습니다. 의, 식, 주 중 하나인 의류 산업만 바꾸어도 세상과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코콘의 기술과 데이터로 유행을 예측하고, 소비 패턴 및 의류 유통 방식을 리드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옷이 용인되는 방식을 소수의 탑다운에서 사용자 중심의 바텀업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누구나 나답게 옷을 입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의류의 생산 방식과 소비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의류 생산과 소비의 에코시스템을 만들게 되면 의류 산업 전체가 바뀔 거라 믿어요. 한국 1위 패션 서비스, 아시아 1위 패션 서비스, 글로벌 패션 1위 서비스가 되어 결국 세상의 1/3을 바꾸는 코콘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