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스타트업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Bay Area를 보게 하라"
최근 스타트업 씬의 분위기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의 거시경제 상황이 좋다고 보기 어려울 뿐더러, 모바일 시대가 촉발한 한 차례의 호황기가 지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할 분야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보니 결국 창업자, 투자자 가릴 것 없이 해외 시장으로, 그리고 그 중에서도 혁신을 주도하는 미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초기 단계에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역시 미국의 초기 투자사인 ‘Y-Combinator(이하 YC)’의 활동을 주기적으로 살펴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YC Requests for Startups - Spring 2025
YC는 항상 정기적으로 ‘Requests for Startups(이하 RFS)’ 콘텐츠를 통해 자신들의 투자 관점에 대해 설명합니다. ‘여기 있는 것만 투자하겠다’는 목적은 아니고, 이런 생각에 공감하면 바로 지원하라는 일종의 콘텐츠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1월에도 YC에서 새로 RFS를 공개했으며,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다음 아티클을 참고하였습니다.)
- 서론
- AI의 적용 범위가 넓어졌고, 이에 따른 창업 기회와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
- 키워드1: 자동화/간소화
- 컴플라이언스, 감사, 계약 절차 등의 자동화
- 소프트웨어 개발 하부 조직의 자동화(QA, 배포, 다국어 지원 등)
- 컴퓨터 내 워크플로우 자동화
- 키워드2: 진입장벽 또는 병목을 제거하는 일
- 오픈소스 AI를 활용하고자 하는 B2B 고객 대상 솔루션
- AI 하드웨어 개발에 대한 플랫폼 종속성을 줄이는 코딩 에이전트
- 소프트웨어로 대중화된 개인 전용 전문가
- 추론 과정에 들어가는 리소스 최적화
이와 같이 RFS의 모든 지면을 할애했을 정도로 YC에서 AI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YC의 최신 투자 동향 알아보기
YC는 정기적으로 배치(Batch)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자들을 모집하고 투자를 집행합니다. 기존 연 2회만 진행하던 프로그램은 ‘24년 하반기부터 가을 배치 프로그램이 시작되면서 이제는 분기별로 진행하는 것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변경된 이유는 해당 아티클을 살펴보시면 더욱 자세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앞서 RFS를 살펴보았다면, 최근 2차례의 배치를 통해 YC가 실제로 투자한 스타트업은 어떤 곳들이 있을지 살펴보겠습니다. 다만, 전체적인 경향성을 조망하는 글은 이미 많기 때문에 조금 다른 시각에서 분석해보려는 의도에서 글을 구성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예상 독자인 국내 창업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을 위주로 작성하였습니다.
요약하자면,
- 한국에서도 이미 유사한 시도가 많은 부류의 비즈니스는 제외했습니다.
- ‘미국이라서’ 잘 될 수 있는 아이디어 또한 다루지 않았습니다.
- 상기 조건을 기반으로, 한국에 있는 창업자들도 참고해볼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정리했습니다.
100개가 넘는 스타트업에 대해 조사하고 정리한 슈퍼인턴 송찬우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YC F24: AI 에이전트 붐이 온다(?)
지난 8월 말부터 모집해 12월에 데모데이까지 마친 기업은 총 95개사였고, 그 중 78개가 광의의 AI 비즈니스였습니다. 그리고 세부적으로는 agent, assistant, workflow(automation), agent infra 등으로 추려볼 수 있습니다.
1) Vertical SaaS + AI agent
이전부터 특정 산업군에 특화된 B2B 소프트웨어가 Vertical SaaS라는 이름으로 많이 등장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리고 F24 배치에는 AI의 발전과 함께 agent를 결합한 형태의 SaaS가 많이 포함되었습니다. 그리고 의료, 보험 등 비교적 ‘규제로 인해 낙후된 업무 방식+높은 지불용의’가 명확한 도메인부터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상용화된 SW 제품만으로 고객을 온보딩시키고 조직 전체로 퍼뜨리기까지는 상당힌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agent를 통해 해결하려는 모습입니다. 정리하면, 고객이 특정 SaaS의 first value를 체감하는데 agent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2) AI agent를 위한 피드백/모니터링 도구
모든 분야마다 AI agent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만, 그에 비해 아직까지는 그것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들여다볼수록 아쉬운 상황입니다.

위 상황과 달리, 현재 AI agent는 인지-판단-실행을 모두 처리하는 수준까지 도달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여전히 인간의 지도편달이 필요한 인턴/주니어 정도의 실무 능력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관리자인 인간이 에이전트를 잘 들여다볼 수 있는 모니터링 도구가 등장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흐름일 것입니다. 다시 말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는 여전히 인간이 바로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HITL(Human In The Loop) 시스템을 주목해 볼 수 있겠습니다.
주요 사례)
- Fixa: AI 음성 에이전트에 대한 모니터링/디버깅을 자동화함
- Abundant: AI 에이전트를 위한 온디맨드 인력을 투입해 퀄리티 제고
- Humanlayer: AI 에이전트가 인간에게 피드백/승인 등을 요청하도록 하는 트랜지션
이외에는 3) 노코드 툴을 통해 산업 현장에서 AI로 업무방식을 혁신하는 기업이나, 4) 위성 통신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업 등도 국내에서 적용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후자의 경우에는 국가 주도의 성장을 기대해볼 수 있는 산업이기 때문에 그 파도에 올라탄다면 스타트업이 주도권을 잡는 것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YC W25: 업무방식 혁신에 주목
W25 배치는 총 166개 기업이 선정되었습니다. W24 배치가 총 253개사니까 실질적으로는 한 시즌을 2개로 쪼개어 관리 부하를 줄이고자 했던 게 일단 확실해 보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이자면, F24에서의 레슨런을 W25에 반영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1) AI agent 대상 모니터링/보조 도구
F24 배치에서는 Vertical AI agent가 다수였으나, W25에서는 agent를 관리하고 보조하는 솔루션이 더 많아졌습니다. 결국 고객사는 AI agent에 대한 책임 소재를 어차피 공급사에 물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 stand-alone 제품보다는 앞서 언급한 ‘HITL이 포함된 에이전트 패키지’를 팔아야 할 것 같습니다.
2) 부수업무를 빠르게 해결해주는 솔루션의 부상
LLM 키워드와 함께 정말 많이 등장했던 ‘AI OCR’과 ‘RAG 기반 사내 챗봇’이 기억나실지 모르겠습니다. 둘 다 인간이 직접 하는 것에 비해서는 효율적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스케일업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재는 그 수준을 넘어 ‘직접 데이터를 수집하고 도메인 전문성이 덜 중요한 영역의 의사결정까지 자동화’하는 정도까지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제가 생각하는 핵심 가치는 결국 ‘방대한 양의 비정형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뽑고 그 중 선택지를 기준과 함께 제시하는 행위’를 자동화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입맛에 맞게 고르기만 하라는 정도는 되어야 할 것입니다.
주요 사례)
생각해볼 것들: MCP와 AI agent
Q1. MCP(Model Context Protocol)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최근 MCP에 대한 아티클을 자주 접하고 있습니다. ‘24년 11월 Anthropic에서 공개한 오픈소스의 일환으로, ‘AI agent를 위한 USB-C 포트’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결국 AI 모델을 다양한 툴이나 데이터베이스 등에 연결하는 표준화된 방식을 제안한 것입니다.
MCP가 가져올 파급효과는 무엇이 있을지 상상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오픈소스인 MCP를 통해 AI agent의 사용 사례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 같습니다. 또한 상호작용의 횟수가 많은(multi-turn) 작업을 더욱 정교하게 수행하며 그 성능 또한 대폭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특정 서비스의 API를 배타적으로 연동하는 것만으로 사업적인 해자(moat)를 갖추기는 어려워졌다고 생각합니다.
Q2. Hierarchical AI Agents는 도래할 것인가?
앞서 다루었듯 AI agent를 단독으로 사용하기에는 성능과 신뢰도 모두 부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인간이 일일이 개입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무릇 인간이란 게으른 존재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그 개입마저도 자동화하게 되는 시점이 올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것은 엄청난 기술보다는 계층화를 통해 이룰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에는 인간이 최상위에서 굵직한 의사결정과 함께 대승적 차원의 책임을 지고, 그 아래에는 관리자 에이전트, 실무 에이전트, 실무 보조 에이전트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합니다. 이러한 상상을 잘 풀어낸 아티클이 있어 이 또한 참고하시면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매쉬업벤처스가 주목하는 비즈니스
- ‘MCP’ surfer: 진정한 의미의 AI agent가 되기 위한 첫 걸음
- 현재 MCP가 만든 파도를 시의적절하게 활용하여 다양한 사용사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실제로 0.99인분을 할 수 있는 agent가 되기까지 ‘꾹 참고 써 줄’ 사용자를 1명 이상 확보했다면 더욱 좋습니다.
- Agent for agent: AI agent에 대한 모니터링 (반)자동화
- 여전히 인간의 피드백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장 자동화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완전 자동화가 적기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 하지만 언젠가는 소위 ‘AI 봉건제’를 만들어내며 (인간의) 노동집약성과 human error를 모두 극소화하는 비즈니스만이 살아남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위 내용이 당연히 정답이라고 볼 수 없을 뿐더러, 아직 그 누구도 명확히 정의하지 않은 주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고민을 누구보다 먼저 해왔고, 자신만의 가설을 세운 분이라면 누구든 이야기 나눠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