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조선일보의 '그때 투자'에 기고한 글입니다. 그때 투자(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에선 현업 투자자가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를 공유합니다.
2022년 3월, 탄소중립기본법(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ㆍ녹색성장 기본법)이 시행되었다. 이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국가적 목표와 그 절차를 규정한 법으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14번째로 2050 탄소중립 비전과 이행체계를 법제화한 국가가 되었다. 이 법에서, 탄소중립이란 온실가스의 순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라고 정의한다. 기후위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온실가스는 주로 탄소 관련 물질로 이루어져 있기에, 탄소중립이라는 표현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은 여전히 먼 미래의 일이라고 느껴질 수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자제해야 한다는 논의는 매우 오래전부터 있어 왔으나, 실질적인 행동을 촉구하지는 못하였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국제 정세가 급변함에 따라, 모든 기업이 생존을 위해 탄소중립 관리를 필수적으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최근 유럽연합(EU)이 일부 수입품목에 대한 ‘탄소 국경세’ 도입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탄소 배출량이 높은 제품들에 대해 높은 관세가 부과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고, 정부 차원에서의 규제 외에도 글로벌 대기업들이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에게 적극적으로 탄소중립 실행을 요청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애플은 2022년에 글로벌 공급망에 속한 세계 각국의 협력사들에게 탄소중립을 요청했고,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75% 감축을 목표로 매년 진척 상황을 평가하겠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따라서 기업이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감축해야 한다.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도 대출상품을 이용하는 기업들의 탄소 배출량을 관리하기 시작했으며, 탄소중립 관리를 투자의 중요한 요소로 평가하는 투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기업의 ESG 정보를 공시하도록 하는 ESG 공시제도의 시행이 예정되어 있으며, 여기에는 기업의 탄소 배출량에 대한 정보도 포함되어 있다. 즉, 기업은 물건 판매 외 대출이나 투자를 받고, 상장하여 공시를 하기 위해서도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감축해야 한다.
꼭 필요한, 하지만 쉽지 않은 탄소중립 관리
이처럼, 기업들은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 및 감축해 나가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탄소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표준에 맞춰 탄소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체적인 탄소중립 관리 능력이 부족한 상황이며, 자사의 탄소 배출량을 파악하고 있지 못함은 물론, 이에 대한 특별한 대응 계획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탄소 배출량을 관리하고 있는 일부 기업의 경우에도 엑셀이나 컨설팅을 이용한 일회성 관리에 그치고 있어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관리와는 거리가 있다. 엑셀을 이용해 관리할 경우, 수 개월간 엑셀 시트를 각 부서에 배포한 뒤 정보 입력을 부탁해야 하며, 담당자가 직접 엑셀 시트를 취합해 데이터를 관리 및 분석해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따른다. 이처럼 담당자가 수기로 관리할 경우 실시간 정보 반영이 불가능하며, 1~3년 이전의 정보를 이용해 일회성 수기 보고서를 생성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가 어렵다. 또한 컨설팅을 이용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일회성 보고서만 제공받으며, 고액의 컨설팅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파악된 정보는 부정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탄소 배출량 측정을 위한 원시 데이터 자체가 잘못되었거나 누락되기 쉽고, 각 담당자가 정확한 기준에 맞춰 정보를 입력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또한,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소유한 시설에서 발생하는 직·간접 배출량(Scope 1, 2)과 기업이 영향을 미친 모든 곳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Scope 3)을 모두 측정해야 하기 때문에, 체계적인 탄소회계 솔루션 없이는 정확한 탄소 배출량 측정 및 지속적인 관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탄소회계 솔루션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이미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는 3~4년 전부터 탄소회계 스타트업들이 등장하여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예를 들어, 미국의 Watershed와 Persefoni는 각각 2022년과 2021년에 1조원 기업가치로 투자를 유치하였고, 프랑스의 Sweep은 2022년에 1조원 기업가치로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국내 탄소회계 솔루션 상용화의 선두주자, 엔츠
엔츠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된 탄소회계 SaaS 제품 ‘엔스코프’ 를 출시하고, 고객 경험을 확보한 기업이다. 또한, 대기업을 포함한 국내 탄소 감축 솔루션 업체들과 배타적 파트너십을 맺고 고객군을 함께 확보하며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탄소 배출량의 측정부터 공유, 분석, 감축과 탄소배출권 거래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커버하는 탄소중립 플랫폼으로 성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엔스코프는 기업의 탄소 배출량 측정을 위한 모든 데이터를 자동으로, 혹은 최적화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통해 수집한다. 엔스코프의 탄소회계 엔진은 수집된 데이터로부터 기업의 모든 활동에 대한 탄소 배출량 현황 데이터를 생성한다. 모든 산정 방법은 국제 표준에 따르며, 다양한 탄소 정보 공개 요청에 대응할 수 있는 탄소 리포트를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다. 또한, 탄소 기반 의사결정이 가능한 강력한 분석 기능을 제공하며, 데이터 기반의 탄소중립 로드맵을 설정하고 이에 따른 맞춤 감축 프로젝트 추천과 시뮬레이션, 감축 효과 검증을 수행할 수 있다.
엔츠의 박광빈 대표는 카이스트 전산학부 석사 졸업 후 AI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중 “세상에 기여하며 돈을 벌고 싶다.” 는 비전을 가지고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다. 당시 구상한 아이템은 제로에너지빌딩 시스템과 관련된 것이었다. 사업 계획은 아직 구체화되기 전이었지만, 박광빈 대표의 비전과 확신만큼은 누구보다도 명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여 세상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과, 수익을 낼 수 있는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는 마음이 어느 한 쪽에 치우침이 없이 단단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었고, 이를 통해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 투자를 진행할 수 있었다.
매쉬업벤처스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한 후, 본격적으로 제품을 개발하던 중 해당 제품에 대한 시장의 실제 수요가 충분치 않음을 확인하고, 빠르게 탄소회계 솔루션으로 피벗을 결정하였다. 피벗으로 인한 고충도 있었지만, 이내 빠르게 팀을 구성하고 제품을 완성하여 고객 유치에 성공하였고, 지금은 좋은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더 큰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비록 사업 아이템에는 한 차례 변화가 있었지만, 투자를 진행할 때 느꼈던 엔츠의 ‘중심’은 변하지 않았고, 이에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국내 탄소회계 솔루션 상용화의 선두주자로서, 다가올 탄소중립 시대의 메인 플레이어로 성장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앞으로의 행보를 진심으로 응원한다.